기타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
소설, 희곡, 게임, 영화, 드라마, 고전 등
전 장르의 대표 콘텐츠를 분석해 도출해낸 매력적인 빌런의 모든 것

“빌런이 매력적이면 그 이야기는 최소 실패하지 않는다”
1
kwonna
6~7p
우리가 '흥, 연아는 천재니까 뭐, 더 볼 필요도 없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주변의 장애물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김연아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녀의 능력이 아니라 그녀를 둘러싼 그것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김연아의 춤이 완벽하게 보이는 것은 음악 때문이며, 빙판의 컨디션 때문이며, 바라보는 사람들의 부담 어린 시선을 극복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야기도 그렇다. 주인공은 늘 이기지만 우리는 주인공을 조마조마하게 바라본다. 주인공에게는 골치 아픈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02.05 15:39
2
kwonna
10~11p
<스타크래프트>이후 개발자들은 빌런의 의미를 재인식했다. 빌런이란 존재가 단순히 주인공을 파멸시키거나 세계를 정복하는 데 급급한 인물이 아닌, 주인공을 움직이게 하는 존재여야 했다. 플레이어가 필드에서 종일 아이템을 캐내고 헤매게 하는 이유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오직 악당의 계략에 의해서이다.
02.05 15:42
3
kwonna
20~22p
그림자: 빌런은 주인공을 투영한다

그 일은 언제나 되돌리고 싶은 사건이자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아무리 고개를 흔들어도 그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과거를 잊고 싶은 렉터는 자신의 심리를 다독이는 가장 좋은 방법을 하나 생각해냈다. 동생을 먹은 것을 합리화하는 방법, 그것은 바로 인육을 몸에 흡수하는 것이었다.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어. 또 그런 일이 닥친다면 먹어야만 해. 나는 살아서 그들에게 복수해야 해. 미샤는 약해서 그 겨울을 넘길 수 없었어.' 성인이 된 그는 사람을 죽여 자신의 몸에 넣었다. 식인을 할 때마다 동생을 만날 수 있었다.

식인은 동생이 죽기 이전의 자기 모습으로 되돌리는 매개 역할을 했다. 타인의 인육을 몸에 넣고 퍼지게 하면 기존에 몸 안에 있던 동생은 희석된다. 덮어쓰기다. 다만 반드시 자신과 관련한 자여야 한다. 동질의 자아다.

(중략)

작가 토머스 해리스는 '한니발 렉터' 시리즈에서 렉터와 대적하는 주인공을 전부 렉터와 동질의 인간으로 설정했다. 결국 이 시리즈는 렉터가 자신과 싸우는 이야기이기도 한 셈이다.
02.05 15:47
4
kwonna
23p
렉터는 윌에게 '자네가 날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비슷해서야'라고 말한다. 윌은 곧 렉터이기에 둘은 동일한 선상에서 사건을 분석할 수 있고, 범인 심리에 관한 대화가 가능하다.
02.05 15:50
5
kwonna
24p
동질한 두 자아, 윌과 렉터가 오직 다른 점은 '상처를 받았는가, 그렇지 않은가'이다. (중략) 렉터는 윌의 가장 소중한 것을 파괴하려 시도한다. 상처를 주려는 것이다. 윌이 자신과 합일하려면 상처까지도 같아야 했다.
02.05 15:50
6
kwonna
30p
그레이엄 윌이나 클라리스 스탈링은 렉터의 또 다른 자아이다. 렉터는 두 인물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과 동일시했고, 그래서 그들에게 강력한 빌런이 될 수 있었다. 빌런은 주인공과 교감해야 하고, 주인공을 잘 알아야 한다. (중략) 빌런의 상처와 주인공의 상처를 테이블에 함께 펼쳐놓아야 둘은 동등하게 한바탕 놀아볼 수 있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02.05 15:53
7
kwonna
31p
극악무도한 빌런은 심리전의 대가다. 빌런은 주인공과 통했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집착할 수 있다. 빌런은 누구보다 주인공의 심리와 행동을 잘 알기에 그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늘 주인공이 뒤에서 빌런을 쫓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토리텔링에서 '빌런에게 상처가 있어야 한다'는 법칙이 존재하는 것은 비단, 빌런의 악행에 관한 개연성을 살리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빌런과 동질성을 가진 주인공이 자신의 아픔을 깨닫게 하고, 또 한편으로는 빌런이 주인공의 그런 아픔을 이용해서 완벽한 악을 저지르게 하기 위함이다.

매력적인 적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주인공과 빌런의 정서적 수준읖 높이자. 그리고 서로 교감시키자.
02.05 15:55
8
kwonna
그림자 빌런의 체크리스트
주인공과 동일한 상처가 있는가?
주인공을 본 순간 같은 부류임을 느끼는가?
빌런이 놓은 덫은 주인공의 상처와 관계가 있는가?
주인공과 정서적으로 혹은 이성적으로 교감하는가?
주인공과의 의리를 지키는가?
주인공에게 집착하는가?
주인공을 또 다른 자아로 생각하는가?
주인공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있는가?
주인공의 약점을 파고드는가?
02.05 15:57
9
kwonna
38~39p
각성: 주인공을 각성시키는 빌런

조커는 배트맨을 각성시키는 스승이다. 조커는 자신이 배트맨의 '솔직한 자아'라고 부르짖는다. 그는 폭력을 이용해서 선을 행하려는 배트맨을 가식덩어리라고 힐난한다. 조커의 눈에 배트맨은 자신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존재다.

(중략)

조커는 배트맨에게 게임을 제시한다. '정의'와 '사랑'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 것이다. 정의는 고담을 지키는 검사 하비 덴트이다. 사랑은 옛 연인 레이철이다. 둘은 각기 다른 장소에 갇혀 있다. 둘은 똑같이 폭탄 더미에 묶여 있다. 조커는 배트맨을 코너에 밀어 넣고 둘 중 누구를 선택할지 묻는다.
02.05 16:05
10
kwonna
40~41p
사랑은 그의 내먼적 화두이고, 정의는 외면적 화두이다. 사랑이 고갈된 근본 원인은 부모의 결핍이고, 정의에 대한 의문의 시작점은 부모의 피살이다. (중략)

조커의 눈에 배트맨은 가식덩어리이다. 배트맨은 검사에게 자신은 사라져야 할 존재이며 고담에는 당신이 필요한 존재라고 말하지만, 레이철의 사랑을 차지한 검사를 질투한다. 배트맨은 후원을 명목으로 검사를 초청해서 자신을 과시했다.

내면적 가식(사랑을 원하면서도 외로움을 유지), 외면적 가식(가면 쓴 자경단이 되어 정의를 구현), 게다가 특정 상대에 대한 가식(질투를 감추고 연적에게 흔쾌히 후원)까지. 조커의 눈에는 가식이 철철 넘치는 배트맨이다. 그래서 검사가 레이철과 더불어 인질의 한 축이 된 것이다.
02.05 16:09
11
kwonna
45p
주인공은 약아빠진 존재로, 속내를 감춘다. 오직 빌런만이 그것을 안다. 빌런은 주인공에게 그 점을 알려주고자 했을 뿐이다. 주인공이 하는 말은 늘 똑같이. '아무리 그렇게 생각했더라도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지.' 주인공을 각성시키는 빌런은 주인공을 가르치고 장렬하게 산화하는 희생자다.
02.05 16:11
12
kwonna
스승 유형의 빌런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체크 리스트
주인공의 상처를 꿰뚫어 보는가?
주인공의 나약함을 알고 있는가?
주인공을 시험하는가?
주인공을 실의에 빠지게 하는가?
주인공을 혼란스럽게 하는가?
주인공에게 본질을 보라고 강요하는가?
주인공과 다른 선택을 하는가?
희생해서 주인공을 각성시키는가?
빌런으로 인해 주인공이 내면을 들여다보는가?
주인공을 타락시키는가?
02.05 16:13
13
kwonna
52~53p
절대성: 절대 악은 그저 피해야 할 뿐

악령이 주인공에게 오는 이유가 있다면 오직 하나, 선에 대한 질투다. 놈들은 절대적 선에게 자신의 가늠자를 맞추고 있다. 주인공을 악으로 물들게 함으로써 선령에게 자신의 세력을 보이려는 것이다. 주인공은 그들의 대적자가 아니다. 그저 인질일 뿐이다.
02.05 16:15
14
kwonna
55~56p
악령이 주적인 스토리를 만들겠다면 절대로 이기려 들지 말아야 한다. 주인공은 악령을 맞닥트리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만이 최고의 승리다. 우리는 십자가를 걸고서도, 마늘을 들고서도, 은 탄환을 장전하고서도 이들을 이길 수 없다.

주인공이 이기지 못하는 서사, 적이 어디서 무엇 때문에 오는지 모르는 서사, 그의 존재를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는 악령을 빌런으로 삼는 서사는 왜 만들어질까? 바로 분위기다.

오컬티즘 장르의 핵심은 분위기다. 악령만이 주는 공포가 있다. 적그리스도, 사탄으로 표현되는 강력한 신성, 영혼 점령을 퇴치하기 위한 주인공의 절대 고독, 악을 추종하는 무리와 맞서야 하는 외로움 등이 그것이다.
02.05 16:17
15
kwonna
61~63p
앨런 파커 감독의 영화 <엔젤 하트>는 윌리엄 요르츠버그의 오컬티즘 소설 <폴링 엔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변두리 사립 참정 해리 에인절에게 루이스 사이퍼라는 신사가 찾아온다. 그는 해리에게 조니 페이버릿이라는 인물을 찾아달라 부탁하고, 해리는 조니의 실종 사건을 조사한다.

의문스러운 것은 조니와 관련된 인물들이 해리와 헤어진 후 모조리 처참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해리는 초조해졌다. 누군가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 따라다니며 뒤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 졸지에 살인 용의자가 된 해리는 헤어나지 못할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중략)

해리는 어쩔 수 없이 실종된 조니 페이버릿의 존재를 하나씩 밝혀가는데 종국에 밝혀진 정체는 충격적이다. 루이스 사이퍼가 찾던 조니 페이버릿의 정체ㅡㄴ 바로 기억을 잃어버린 해리 에인절 자신이었다.

루시퍼의 이름을 조합한 의뢰인 루이스 사이퍼는 악마였다. 오래전 무명 가수 조니는 사이퍼에게 영혼을 바치는 대신 명성을 얻기로 했다. 조니는 목적을 달성하지만 이후 겁이 났다. 악마에게 영혼을 바치기 싫었던 그는 결국 주술을 사용해서 사이퍼를 속이기로 한다. 조니는 부두교의 주술로 전쟁터에서 만난 병사와 몸을 바꾸고 해리로 살아왔다.
02.05 16:25
16
kwonna
76p
신념: 빌런은 자기만의 신념이 있어야 한다.

시거에게 희생된 사람은 이유도 모르고 당연하게 죽임을 당한다. 마치 우연히 새똥을 맞거나 재채기가 나오듯, 그것은 태초부터 있었던 피오르 같은 느낌을 준다. 때가 되어 죽는 것이며 그것을 실행하는 자가 시거이다. 시거를 만나면 죽음은 정해진 것이다. 단, 살인에는 철칙이 존재한다. 바로 동전 던지기다. 시거는 이 죽음이 정해진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 행위는 '운명은 바꿀 수 없다', '운명은 정해진 것이다'라는 신념에 기초한다.
02.05 16:31
17
kwonna
82~85p
악당의 악행은 세계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주인공의 고난은 악당의 악행으로 시작되며, 주인공은 악당이 설정한 무대에서 뛰어놀 수밖에 없다. 악당의 신념은 바로 이야기의 세계관이기도 하다. (중략) 악당의 신념은 스토리의 색깔을 만든다 주인공은 악당의 신념이라는 체스 판 위에서 움직이는 말일 뿐이다.
02.05 16:33
18
kwonna
신념을 가진 빌런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체크 리스트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있는가?
반복적으로 내뱉는 단어가 있는가?
빌런이 구축한 철학으로 그 작품의 세계관을 암시할 수 있는가?
빌런이 손해를 감수하고 교환하는 것이 있는가?
빌런과 수하들의 생각이 다르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빌런이 독자 예상과 다르게 움직인다면 그것은 그의 신념 때문인가?
빌런의 성격과 신념을 구분할 수 있는가?
빌런의 행동으로 그의 신념을 표현할 수 있는가?
빌런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02.05 16:36
19
kwonna
93p
시기: 질투심이 많은 적은 가진 것도 많은 자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막부의 쇼군이나 조정의 덴노가 아니라 집정자 간파쿠가 된 이유는 분명했다. 피 때문이다. 덴노나 쇼군의 반열에 오르려면 출신이 좋아야 했다. (중략) 보잘것없는 외모를 가진 이 '대머리 쥐'라고 불리던 사내는 16세기 후반 동아시아에서 가장 권력이 센 자였다.
02.05 16:38
20
kwonna
94p
천하를 가진 히데요시도 누군가를 질투했다. 바로 일본 다도의 틀을 완성한 센 리큐였다. 그는 히데요시의 다도 선생이었다.

세상의 무를 이룬 시데요시는 칼을 벽에 걸어놓게 되자 격조가 필요했다. 빈약한 소양을 채우기 위해 선택한 것이 다도였다. 그러나 태생이 문화와 거리가 멀었던 히데요시는 아무리 다도를 행해도 내적 빈곤만 여실히 드러났다.

귀하다는 다구를 닥치는 대로 긁어모으고 황금으로 치장한 다실까지 만들었으나 미에 관해서는 센 리큐를 따를 수 없었다. 허름한 초막에 꺾은 동백꽃 가지 하나로 황금 다실보다 더 황홀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리큐의 심미안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히데요시가 만든 천만 관의 황금 다실을 비웃는 듯 눈을 내리까는 리큐의 빌어먹을 태도란. '저놈은 나에게 모욕감을 주고 있어!'
02.05 16:41
21
kwonna
96~97p
그는 천하를 가졌지만 가난했다. 자신으 조롱하는 다이묘들의 시선은 우물처럼 깊었고, 주변의 예술가들조차 그의 취향을 황금으로 치장한 천박한 것이라고 업신여겼다.

히데요시는 오직 리큐가 가진 향합만이 필요했다. '저것을 반드시 빼앗고 말리라. 내놓지 않으면 죽이리라' 결국, 그는 향합을 내놓지 않은 리큐에게 할복을 명한다.

140회 나오키상을 받은 야마모토 겐이치의 장편 소설 [리큐에게 물어라]는 실존 인물이었던 와비 다도의 대가 센 리큐와 일본 최고 실력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향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2013년 다나카 미쓰토시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상영되었다.
02.05 16:44
22
kwonna
100p
적은 모든 것을 가진 자다. 그 모든 것을 가지고도 주인공이 지닌 하나를 빼앗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사랑, 정의, 희망, 그 어떤 보편적 요소라도 좋다. 그것은 주인공에게는 소중한 것이어야 하되, 빌런에게는 콤플렉스 요소여야 한다. 그래야 빌런이 지녀야 하는 사악함, 비열함, 악랄함이 입체적으로 두드러질 수 있다.
02.05 16:48
23
kwonna
108p
<달콤한 인생>에서 선우는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란 강 사장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7년동안 그 밑에서 개같이 일한 자신이 무엇때문에 죽어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 선우가 자신의 지시를 어겼다는 것 때문에 그를 죽이려 했지만 실제로는 더 깊은 함의가 있다.

강 사장은 젊은 선우가 자신의 어린 애인을 이해했다는 것에 분노했다. 강 사장은 모든 것을 가졌으나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바로 젊음이다. 선우는 그것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인생이 망가졌다.
02.05 16:52
24
kwonna
118~122p
광기: 미친 짓, 없으면 시시하다.

<레옹>에서 살인이 벌어지는 장소에서 환희를 느끼는 스탠스필드의 감정을 표현한 소품이 바로 베토벤 음악과 이어폰이었다. 악당의 광기는 몇 분간 인상을 찌푸리거나 칼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고 표출되는 것이 아니다. 내뱉는 적절한 대사와 그것을 꾸미는 아이템이 필요하다. 광기를 표현하는 데 이러한 오브젝트는 참으로 중요하다.

(중략)

<장고:분노의 추적자>에서 하녀의 얼굴에 피를 왜 바르는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디카프리오는 그것이 미친 캘빈 캔디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 믿었고, 그것은 성공했다.
02.05 17:06
25
kwonna
시스템: 체제도 강력한 적이다

시스템이라는 적을 만나면 주인공은 영리해진다. (중략)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후, 곧바로 연합하여 진짜 적인 도덕의 딜레마와 싸운다. 내일이면 그녀의 가족이 돌아온다. "나와 함께 떠납시다, 프란체스가." 그가 제안한다. 그녀는 선택해야 한다. 가정을 버리고 그를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그를 보내고 혼자 남을 것인가. 둘은 함께 떠나기로 하고 프란체스카는 짐을 싼다. 그리고...

프란체스카: 안 되겠어요. 우리가 이곳을 떠나는 순간 모든 게 변할 거예요.
킨케이드: 더 좋아질 거요.
프란체스카: 아무리 먼 곳으로 간다고 해도 당신을 사랑한 대가를 치를 거예요. 그랬다가는 나흘간의 아름다웠던 기억까지도 실수로 여겨질 거예요. 결혼은 한 여자의 삶이 시작되는 것이지만 어떤 점에서는 멈추는 것일지도 몰라요.
킨케이드: ...이것만 말하겠소.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한 번 오는 거요.
02.05 17:22
26
kwonna
146~147p
불륜은 시스템을 시적으로 둔 가장 현실적인 서사이다. 시스템은 다수의 인간이 만든 법이다. 시스템에 대적하는 것은 무모하다. 시스템이 적이 되는 이야기가 주인공이 무조건 지는 것만은 아니다. 주인공은 시스템이라는 적에게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허나 이겼다고 해서 결코 이긴 것이 아니다.

주인공이 시스템이라는 적을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주거나 감내하지 못할 정도의 내상을 입어야만 한다. ㅡ리고 그 적으로부터 단 한 가지 교훈을 배운다. 바로 '인간성을 상실하지 말라'가 되겠다. 타자(배우자이든 군중이든, 도덕이든 전통이든)와 합의하는 것. 그것을 거역할 때 우리는 시스템이란 커다란 적을 만난다. 시스템은 애초에 그것을 위해 생겨난 것이니까.
02.05 17:26
27
kwonna
빌런이 시스템일 때 고려해야 할 체크 리스트
빌런은 어떻게 세계(환경, 질서)를 구축했나?
빌런이 구성원을 장악하는 방식은 무엇인가?
빌런이 나타나기 전 세계는 어떤 모습이었나?
주인공은 통념의 선 위에 있는가? 아니면 벗어나 있는가?
빌런이 만든 세계에서 사랑은 존재하는가?
이야기 초입, 주인공은 빌런이 만든 세계 어느 지점에서 시작하는가?
ㅅ계를 바라보는 빌런의 철학은 무엇인가?
빌런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자신이 만든 세계가 무너질 때 함께 무너지는가?
주이공은 공동체와 함께 빌런에 대적하는가?
02.05 17:28
28
kwonna
159p
인정욕망: 누구도 그들의 아버지가 되려 하지 않는다.

오비완이 아닌 요다나 윈두가 아나킨을 제자로 삼았으면 어땠을까? 그들이 맡았어도 아나킨은 습성대로 모든 것이 못마땅하고 답답했을 것이다. 왜? 너무 출중했으니까.

악당의 본질은 여기서 생겨난다. 누름돌이 없는 삶, 스승이 없는 삶, 근본적으로 아비를 가지지 못하는 삶에서 적그리스도는 억눌렀던 분노를 터뜨리고 절망한다. 그는 죽은 아버지, 또는 멀리 있는 신에게 울부짖는다. 왜 내가 철들기도 전에 돌아가신 겁니까? 왜 나를 버리셨습니까? 이 불온한 나를 왜 일찌감치 죽이지 앟았습니까?

악당은 자신의 우산이 되어주지 못한 누군가에게 항변하고 저주한다. 불처럼 뻗어가는 자신을 좀 잡아달라고 해원하지만 아무도 잡아주지 않는다. 누구도 자신에게 바른 길을 가라고 가르쳐주지 않는다.
02.05 17:33
29
kwonna
160p
아이에게는 그 작은 몸을 편히 누이고 다독여줄 어른이 필요하다. 엄하게 가르치고 바로잡아주는 어른이 필요하다. 자신 뒤에는 든든한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것이 아이를 바로 서게 한다. (중략) 절망의 고독자, 그것도 출중한 고독자는 악마에게 빠지기 쉽다. 악당에게는 아버지가 없다. 자신의 악을 막아주는 사람이 없다.
02.05 17:34
30
kwonna
166p
수양은 강했고 탁월했지만, 왕이 될 수 없었다. 둘째로 태어난 이상 자신은 죽었다가 깨어나고 왕이 될 수 없었다.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자리임에도 아버지는, 세상 사람들은 그의 것이 아니라고 했다. 또 누군가는 자격도 없는 그가 자리를 탐낸다고 말했다. 수양대군, 그는 운명과 싸우기로 했고 결국 왕이 되었다.
02.05 17:38
31
kwonna
171p
다스베이더, 수양대군, 인수대비, 이들은 일인자를 시샘하ㅡㄴ 이인자가 아니다. 원래부터 최고였으며, 이들보다 실력있는 자는 그 바닥에 없었다. 그들을 울게 한 것은 대결할만한 적이 아닌, 운명이라는 보이지 않는 적이었다. 그들의 진짜 적은 아버지였다. 그들을 승인해야하는 자들은 필요할 때는 그들의 능력을 이용하고 보상할 때가 되자 위험하다며 멀리했다.

세상은 그들을 위험하다고만 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야심가라고 불렀다. 누구도 그들을 구원해주지 않았다. 그들이 앉고자 했던 의자는 운명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엉뚱한 자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02.05 17:42
32
kwonna
173p
우산을 얻지 못한 악당들은 홀로 서야 하는 자수성가형 독립자다. 그래서 자신의 실력을, 자신의 악을 더욱 믿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패망 원인 또한 그런 아집 때문이다. (중략) 악당은 승인받지 못한 실력자이다.
02.05 17:43
33
kwonna
185~186p
지척: 적은 멀리 있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악당들은 자기가 상대를 몹시 믿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환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피해자의 별 뜻 없는 작은 행동도 자신을 배신한 것으로 간주한다.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으면 배신의 충격이 상당하다. 칼 융은 그것을 '그림자 자각'이라고 불렀다. 그림자란, 평소 무의식적으로(편하게) 대했던 존재를 말한다. 애인, 친구, 가족, 아이, 생각 없이 배운 지식, 관념, 그리고 자신의 무의식 등이 그림자이다.

그런 그림자로부터 자신의 진짜 모습이 어떤지를 듣게 되면 사람은 크게 당황한다. (중략) 융은 나보다 나을 것이 없는 대상에게 지적당하는 것보다 스스로에게 지적당할 때가 더 심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고통스러운 자기비판 과정이 진행되는 것이다.

그래서 악당은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할 때, 다시 말해 자신의 그림자를 만날 때 보통 사람보다 더 극렬하게 분노한다.
02.05 18:16
34
kwonna
186~187p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거쳐 자아를 깨닫는 단계로 이동하지만, 악당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자신의 본위를 보는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를 거부한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타인을 원망한다. 남은 것은 분노와 집착뿐이다.

진짜 악당을 만들고자 한다면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 정말로 믿는 이에게서 배신당하게 하라. 배신한 사람은 주인공이어야 한다. 주인공은 정의를 찾기 위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악당을 배신한다. 주인공의 그런 행동으로 악당이 그림자를 보게 만들자.
02.05 18:18
35
kwonna
187~190p
영화 <데미지>에서 장관은 아들의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안나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정체 모를 마성을 지녔다. 마성은 상처 입은 사람만이 가지는 전유물이다.

첫 관계부터 심상치 않다. 그들은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뒹근다. 반듯한 침대를 사용하지 못할 만큼 부도덕해서일까. 둘은 옷도 벗지 않고 키스도 없이 삽입한다. 총리실을 드나드는 상류층 두 사람의 첫 관계는 마치 짐승이 흘레하듯 보인다. 보자마자 삽입하고 사정하면서 얼른 끝내버린다. 죄책감 때문일까.

(중략) 영화는 장관인 플레밍의 시선으로 전개되지만 다른 시선으로 살펴보면 역시 긴장감이 존재한다.

아버지가 오빠의 여자친구 방에서 나오는 모습을 본 여동생의 시선, 남편의 행동반경이 평소와 다름을 깨닫는 아내의 시선, 늘 자신을 응원하던 아버지가 예전 같지 않게 인생의 선택을 들먹이며 결혼을 다시 고려하라고 에둘러 말하는 것을 바라보는 마틴의 시선. 전부 치명적이다. 이는 모두 긴밀한 관계이기에 그렇다. 가족, 동지, 같은 편 등 가까운 관계에서 대립각이 형성되면 서사가 깊어진다.

그러던 차에, 장관이 큰 충격을 받는 일이 생긴다. 안나의 어머니에게서 들은 말 때문이다. 안나가 마틴을 선택한 이유가 죽은 오빠와 닮았기 때문이라는 것. 안나의 오빠는 친동생인 안나를 사랑한 나머지 자살했다. 근친 간 사랑의 아픔, 안나의 마성은 거기서 나오는 것이었다. 안나가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은 친오빠로, 그녀는 마틴에게 오빠를 투영했다.
02.05 18:20
36
kwonna
197~198p
전능: 전지전능과 원죄

반영웅의 핵심은 상처다.이러한 반영웅은 일생에 두 번 대적자를 만난다. 2차 빌런은 우리가 잘 아는 그적들, 영웅의 신분으로 대적하는 빌런이다. 우리가 이번 키워드에서 면밀하게 살펴야 하는 것은 반영웅이 맞닥뜨리는 1차 빌런이다.

1차 빌런은 바로 신이라는 존재이다. 그 신이란 새엄마, 고아원 원장, 스승, 절대자, 아빠, 잘못 태어난 운명, 계급, 낙인 등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중략) 반영웅은 아직 힘을 기르지 못한 시절에 고난을 주는 적을 만난다. 바로 1차 빌런이다. 그들은 주인공이 항거할 수 없는 조건에서 매몰차게 자신이 힘을 내보이는 비겁한 적들이다.
02.05 18:30
37
kwonna
212p
카미유는 정신병이 아니었다. 늘 상대방의 의지에 이용당했고 그것을 뒤늦게 깨닫고는 분출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을 뿐이다. 그녀는 어머니와 동생에게 병원에서 꺼내달라고 편지를 보냈다. 어머니는 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왜 나를 미워하냐고 묻는다. 역시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중략) 카미유는 자신의 2차 빌런이자 본질적 빌런, 로댕을 만나기 이전에 1차 빌런인 어머니에게서 큰 내상을 입었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자라면 사랑에 서툰 법. 로댕을 사이에 둔 삼각관계의 틀에 섰을 때 연적 로즈 뵈레(로댕의 애인)처럼 대등한 입장을 내보이지 못한 것도, 배 속 아이까지 지우면서 로댕과 만났다가 헤어지는 일을 반복하고도 결국 버림받았다는 자책에 속절없이 히스테이만 부린 것도, 화단에 자신의 예술성을 피력하지 못한 것도 어찌 보면 1차 빌런인 어머니로부터이다.
02.05 18:53
38
kwonna
230p
양면성: 가면을 쓴 악당, 본질에 가까워지다

우리는 빛을 선이라고 여긴다 빛은 에너지이며 사물을 밝게 하고 세상을 안락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어둠은? 어둠은 나쁜 것일까? (중략) 그렇다면 어둠은 빛의 반대가 아니라 빛을 받아들이는 요소가 아닌가? 칠흑같은 우주 공간에서 빛을 가진 행성이 왜 아름다운가? 어둠은 빛을 소멸하는 것이 라이날 빛을 존재하게 한다.
02.05 19:06
39
kwonna
234~235p
무서운 것은 빌런이 반동 인물 자리에 숨어 있을 때다. 앞에서 설명한 비슈누의 가면을 쓴 자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주인공을 기만한다. 그들은 주인공을 돕다가 결정적일 때 배신한다. 대의를 부르짖고 규칙을 만들어 건설적인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 언행은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그들을 중립악이라고 부른다.

중립악을 들여다보기 전에 혼돈 악과 질서 악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혼돈 악은 절대 악을 신봉한다. 스테레오타입의 악당이 여기에 속한다. (중략) 반면 질서 악은 규칙을 신봉한다. 법률이나 도덕, 법규 등을 제시하고 자신의 악을 실행하기 위해 그것을 이용한다.

조직을 배신한 부하를 죽이는 보스, 법도를 어긴 왕비를 내쫓는 폭군, 교칙을 어긴 친구를 고발하는 학생 등이다.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교모히 이용하고 결괄르 정당화한다. 그들은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늘 무언가를 제시하고 상대가 그것을 위반할 지점을 찾는다.

한편 중립 악은 기회주의자라고 할 수있다. 이들은 가식적이다. 외면은 선이지만 내면은 악을 추종한다. (중략) 이러한 중립 악은 이득이 없으면 악을 행하지 않는다.
02.05 19:12
40
kwonna
241p
선의도 악의도 없지만 결국 선을 행하는 자, 그들이 반영웅, 안티 히어로이다.
02.05 19:14
41
kwonna
244p
가면을 쓴 빌런은 종국에는 가면을 벗는다. 그들은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드러낸다. 나약하고 겁 많고 두려운 탓에 가면을 쓴 것이다. 반영웅의 캐릭터는 더더욱 그렇다. (중략) 빌런은 노골적으로 어둠을 숭배하지 않는다. 중립 지대에 서서 빛을 증오하는 자들이야말로 진짜 빌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숨길 필요가 있으며 가면이 필요하다. 이 조건은 반영웅에게도 해당된다.
02.05 19:16
42
kwonna
가면 쓴 빌런을 설정할 때 고려해야 할 체크 리스트
빌런은 반동 인물일 수도 있고 반동 인물에 둘러싸일 수도 있다. 그럴 때 반동 인물과 빌런이 서사에서 분명하게 구분되는가?
당신의 빌런은 혼돈악, 중립악, 질서 악 중 어떤 부류에 속하는가?
중립악이라면 어떤 행동에서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가?
빌런이 쓴 가면은어떠한 외부 환경 때문에 만들어졌나?
빌런이 쓴 가면은 내적인 성찰이 가미된 것인가?
빌런이 단순히 광기를 보이는 것과 가면을 쓴 것은 엄격하게 구분되는가?
정당성을 상실한 자가 파멸하는 방식에서 결국 가면을 벗게 되는거?
나약함을 가리기 위해 가면을 씌웠다면 가면을 벗게 되는 계기에 빌런을 강하게 만들 만한 개연성이 내포되어 있는가?
가면을 벗은 빌런은 클라이맥스에서 어떤 모습으로 주인공과 대적하는가?
02.05 19:20
43
kwonna
255~256p
카리스마: 권위, 행동할 수 없다면 사용하지 마라

빌런이 카리스마를 보였다면 그 카리스마에 합당한 힘이 있어야 한다. 카리스마가 공갈포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카리스마 빌런이 실행력을 내보이는 지점은 다름 아닌 클라이맥스이다. (중략)

악당이 극이 진행될수록 초반에 보인 카리스마만큼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까닭은 어투, 눈빛, 파워 등의 인상적인 효과에만 신경쓰기 때문이다.

캐릭터의 카리스마는 '한계 효용의 법칙'으로 설명된다. 카리스마란 대단히 강력한 불꽃과 같아서 초반에 너무 크게 사용해버리고 후반에 그것보다 강한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반응은 반감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카리스마를 입힐 때에는 클라이맥스에서 악당이 내보일 펀치의 강도를 가늠하고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악당은 클라이맥스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보여야 한다.

이번 장에서 논할 카리스마에 관한 핵심은 바로 악당의 실행력이다. 주인공이든 악당이든 카리스마를 탑재하겠다면 카리스마만큼의 실행력이 중요하다. 10의 카리스마를 보였다면 적어도 10만큼의 실행력을 갖추어야 한다.
02.05 19:25
44
kwonna
265p
그가 연기한 한스 란다 대령은 근엄하지 않다. 삐딱한 입을 굳게 다물고 깊은 생각이 끝나면 어깨를 한번 으쓱한다.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살포시 웃음을 짓는다. 무시무시한 독일군 코트를 펄럭이면서도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차리고 궁금한 점을 차분하게 묻는다. 질문 속 친절함에는 정체 모를 사악함이 배어 있다. 머뭇머뭇 묻는 말에 대답하다가 그가 놓은 덫에 덜컥 걸렸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면 그는 표적을 노려보며 딱 굳어 있다.
02.05 19:45
45
kwonna
267~269p
엄창난 카리스마를 가졌고 극의 흐름을 제멋대로 휘저을 수 있는 인물이 끝에 가서는 하찮고 지질한 모습으로 추락한 것이다. 배우의 연기는 최고였지만 캐릭터는 최악이다. 문제는 관객이 초반에 한스 란다의 너무 큰 카리스마를 보아버린 것이다. 캐릭터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컸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략) 빌런에게 카리스마를 부여하려면 그만한 실행하는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카리스마가 강할수록 그것에 걸맞은 사고를 쳐야만 한다. 그러지 못하면 지질이가 되어 외면받는다.
카리스마는 캐릭터를 강화하는 장치이며 신의 선물답게 보는 이가 한껏 기대감을 갖게 하는 힘이다. 따라서 극 후반에 그만한 힘을 보여야 한다. 빌런의 행동과 선택이 구차해도 되지만, 파급력은 커야 한다.
02.05 19:48
46
kwonna
카리스마 빌런을 설정할 때 고려해야 할 체크 리스트
빌런은 어떤 능력을 지녔는가?
빌런이 사람을 모으는 히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빌런을 무슨 이유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외형적으로 뿜어내는 성적 매력은 무엇인가?
내적으로 뿜어내는 매력은 무엇인가?
빌런이 보이는 카리스마는 지속적인가?
내뱉은 말을 지킬 능력이 있는가?
결심한 걱을 반드시 하고 마는가?
위생 습관, 식사 습관은 어떠한가?
운동 능력은 어떠한가?
02.05 19:50
47
kwonna
280p
이인자: 세대 교체인가 반역인가, 이인자의 반란

권력은 늘 교체되는 속성이 있다. 이인자가 일인자를 제압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인자가 선일때 그는 찬탈자가 되어 배신의 플롯을, 일인자가 악일 때는 세대 교체자가 되어 건국의 플롯을 받는다. 전자는 이인자가 빌런이고, 후자는 일인자가 빌런이다.
02.05 19:52
48
kwonna
282~283p
대부분 왕위 찬탈자는 이슈 선점, 즉 대의명분이 미약하다. 조건이 맞았다면 애초에 그들이 일인자가 되어야 했다. 그들은 일인자보다 어떤 부분에서 하자가 있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자격이 안 되는 인물이었다.

(중략) 찬탈 서사에서 이인자 빌런은 일인자에 비해 약한 존재다. 그들은 자신의 부족한 힘을 외부에서 끌어오고 힘을 제공한 자에게 반대급부를 약속한다. 그리고 왕좌에 오른 후 끌어들인 외부의 힘을 감당하지 못해 파멸한다.
02.05 19:54
49
kwonna
287~288p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태종은 권력을 나누지 말라고 아들에게 충고한다. 상소 하나 수결하는 것에도 종일 신하들과 고민하고 토론하고 심사숙고해 답을 찾아내려다간 결국 그들에게 권력을 빼앗긴다는 뜻이다. (중략)

일인자는 조직을 다스리는 자가 아니라, 조직을 매 순간 장악하는 자이다. 일인자는 야성이 있어야 한다. 인이라는 무기는 다스릴 순 있어도 장악할 수 없다. 냉혹한 권력의 현실이다. 그런 일인자 아래에서 그 일인자만 한 다른 인물이 살아 있을까? 일인자가 살려둘까? 천만의 말씀.
02.05 19:59
50
kwonna
289p
역사에서 이인자는 애당초 거세당한다. 서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이인자 빌런을 만들겠다면 먼저 강력한 일인자를 만들어야 한다. (중략) 작가는 이인자의 개인 역사를 만들 때는 그 어떤 빌런보다 심사숙고해야하며 그가 낮은 자리에서 웅크리는 동안 겪는 깊기깊은 고난을 설정해야만 한다.
02.05 19:59
51
kwonna
297p
여성: 한을 품지 않고 악을 뿌린다

대공황 이후 세계 경제의 암흑기와 산업기를 극복하고 폭발적인 소비기에 들어선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문화 소비의 주체는 부르주아 백인 남성이었다.

여성은 남성이 슬펴미 보여주는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 문화를 마지못해 즐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 문화에는 남성 우월주의가 눅진하게 녹아 있다. (중략) 서사에서 그런 것들을 훼손하는 빌런이 여성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
02.06 11:33
52
kwonna
298p
이야기 속 영웅이 여정을 떠나고 있다. 소명을 받고 조력자를 만나고 스승을 만나 껍데기를 깬다. 악당을 응징하기 위해 깊고 깊은 동굴을 지나고 엘릭시르를 구하기 위한 클라이맥스에 이르러서 악당과 조우한다. 그런데 악당이 여자라고? 무찔러야 하는 존재가 하찮은 여성이라고?

빌런은 신 다음으로 강한 힘을 가진 자신들과 맞짱 뜰 만한 남자여야 했다. 히틀러처럼 강하고, 칭키즈 칸처럼 공포스럽고, 시저처럼 노련하고, 나폴레옹처럼 고집스러워야만 정의롭고 단단한 주먹을 날릴 수 있다.
02.06 11:34
53
kwonna
315p
이제 빌런과 주인공은 서로를 투영한다. 그녀는 형사 닉을 가지고 논다. 술과 마약과 담배를 끊은 닉 앞에서 자꾸 담배 연기를 뿜고, 긴장의 고삐를 풀게 한다. 닉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형사를 죽인 후 닉을 용의자로 몰아 자신이 앉았던 신문실 의자에 똑같이 앉히기도 한다. 파탄 난 그의 가정사를 건드리기도 하고, 과거의 일을 수면 위로 띄워서 주변인들이 그에게서 멀어지도록 한다.
02.06 11:34
54
kwonna
325~326p
자연재해: 인간의 탐욕이 이끈 결말, 천재지변

천지불인,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노자는 자연은 인자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사랑, 인정, 배신, 의리, 보답따위는 오직 인간 사이에서 오가는 비루한 거래일 뿐, 만물은 그런 것에 조금도 관심이 없다. 비가 오고 꽃이 피고 과일이 열리는 이유가 인간을 사랑해서가 아니며 지진이 나고 가뭄이 오고 지구가 멸망하는 것도 인간을 미워해서가 아니다. 노자는 만물은 인자하지 않고 무관심하며 텅 비었으니 그저 있는 그대로 보라고 했다.

작품 속 서사는 다르다. 자연은 의도를 가지고 인간을 응징한다. 인간은 탐욕과 욕심으로 지구를 병들게 하고 기후를 변화시켜 극지방의 얼음을 녹게 하며 산림을 황폐하게 만든다. 동물과 식물을 죽이고 강을 죽이고 바다를 죽인다. 거기에 따른 인과 반응으로 일어나는 재해가 주인공을 괴롭힘으로써 서사는 자연이 인간을 응징하는 것으로 재해석된다. 재앙의 원인은 인간에게 있다. 그것은 인재이며 작품은 인간의 이기심을 멈추라고 말한다.
02.06 11:34
55
kwonna
326p
천재지변으로 인한 재앙의 플롯은 '무엇으로부터 달아나거나 무엇을 구하는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주인공이 뜻하지 않는 자연재해를 만나고 자신의 소중한 것을 구하거나 자신과 소중한 것이 살아남도록 탈출하는 플롯이다.

천재지변에 의한 재앙이 빌런이 될 때 작품이 내내 견지해야 할 주제는 '인간성 상실에 대한 반성'이다.

재앙의 원인도 인간성 상실이 되어야 하며, 재앙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서사도 상실된 인간성을 회복하는 주제를 다루어야 한다. 또 클라이맥스에서 주인공을 갈등하게 하는 요소도 그가 인간성을 잃었는지를 시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난 영화 중에는 유독 신파가 많다.
02.06 11:34
56
kwonna
341p
라인홀트 메서너는 고산 등반 시의 정신 착란 현상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괴로우며 애초의 목적은 하찮게 느껴지며 정신적 피로감이 육체적 피로감을 엄습한다. 그저 앉고 싶고 앉아 있는 게 너무도 좋다. 그렇게 탈진하는 동안 죽음은 다가오며 동사는 몹시 아늑하고 기분 좋게 한다.
02.06 11:35
57
kwonna
346p
절멸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생존 이야기를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 절멸한 이후 생존자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구축한 문명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디스토피아 장르라고 말한다.
02.06 11:35
58
kwonna
369p
"무언가가 다가온다는 것을 알 수는 있었지만 알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어." 미지의 세계에서 온 그것은 인간이 알지도 못할 뿐 아니라 알아봤자 대응할 방법이 없다.

사람은 인지적 동물이다. 모든 일은 경험한 후에라야 대응책을 인지한다. 경험하지 못한 고난은 아무리 영리한 사람도 두 살 배기 아기로 만든다.

외계 생명체의 공격이 그렇다. 나훔의 가족은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했다. 나훔뿐 아니라 그 어떤 현명한 자라 해도 외계 색채의 공격에 능숙하게 방어했을까. 미지의 존재는 그런 힘으로 지구인을 압도한다.

알 수 없는 것과 맞서야 하는 상태, 그것이 자행하는 공격이 어떤 충격을 주는지 모르는 상태. 그 상태가 바로 미지의 공포이며 미지의 빌런이 가지는 가장 분명한 힘이다.
02.06 11:35
59
kwonna
369~371p
그들도 생명체이다. 생명을 가졌다면 본능이 있다. 본능이란 생명의 유전 구조 양식들이다.

(중략) 외계 생명체를 주적으로 삼겠다면 '미지의 두려움'과 '생명 본능의 공통점' 이 두 요소를 중심에 두고 설정해야 한다. 외계 생명체가 행하는 생명 본능은 크게 두 가지이다. 이종 교배와 씨앗 가져가기이다.
02.06 11:36
60
kwonna
385p
어린아이 : 헤어날 수 없는 어린 악의 공포

'아이는 어른을 속일 수 있고 어른은 아이 말을 믿지 않는다' 이 공식 하나만으로 무서운 스릴러가 만들어진다.
02.06 11:36
61
kwonna
388p
어린 악이 빌런으로 사용되는 서사의 경우, 대부분 세 가지 범주 안에 있다. 사이코패스, 방어 기제, 놀이하는 괴물이 그것이다.
02.06 11:36
62
kwonna
390p
결론부터 말하면 아동 사이코패스가 빌런인 서사에서 이들이 악행을 저지르는 목적은 욕구 충족, 다시 말해 '아이로서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서이다.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아이다운 행동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은 아니다. 제재를 따른다. 그러나 아동 사이코패스는 방해되는 요소라면 잡초를 뽑아내듯 없애도 된다고 여긴다.
02.06 11:37
63
kwonna
394p
영화에서 데본포트 선생은 바보 어른을 상징한다. 그녀는 아이를 여리고 상처를 받는 존재로만 이해한다. 사회에서도 그렇다. 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지 않고 자신의 나이와 지식만을 믿으며 자기보다 어린 사람을 우습게 아는 어른은 반드시 그들에게 당한다.
02.06 11:37
64
kwonna
397p
사이코패스 어린 악은 악행의 이유가 명백하게 존재한다. 그들은 자유로운 삶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면 가차 없이 악행을 벌인다. 불편하면 죽인다. 불편하지 않으면 죽이지 않는다. 이런 대뇌의 행동 반응 공식이 분명하게 성립한다. 인간의 불행에 대한 감정, 측은지심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여서 더 그렇다.
02.06 11:37
65
kwonna
398p
사이코패스 어린 악과 달리 방어 기제 속성의 어린 악은 몹시 인간적이다. 이들의 약점은 오직 환경이다. 불행하게도 이들은 원하는 환경을 얻지 못했다. 몹시 영리하며 인지 능력과 적응력도 높기에 자신이 불리한 환경에 서 있는 것을 잘 안다.
02.06 11:37
66
kwonna
403p
랠프와 아이들은 순양함을 타고 온 어른들을 보자 다시 제 나이 또래의 아이로 돌아간다. 어떤 어린 악은 방어 기제일지도 모른다.
02.06 11:37
67
kwonna
409p
어린 악을 사용하려는 작가가 기억해야 할 점이 이제 드러났다. 그것은 사이코패스일지라도 아이들은 반드시 허점을 남긴다는 것이다. 미성숙하기에 그렇다.

아이들은 원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행동한다. 따라서 완벽하게 움직일 수 없고 손에 넣은 후에도 치밀하게 뒷일을 준비하지 못한다. 마치 잡은 쥐를 입에 문 고양이가 고개를 드니 온 방 안이 어질러져 있는 것과 같다.

어린 악에 대항하는 주인공은 이 점을 노리고 들어가야 한다. 그 악이 흘려놓은 단서는 의외로 간단하거나 어처구니 없어서 오히려 줍기가 힘들다.
02.06 11:38
68
kwonna
411p
아동 사이코패스가 빌런인 서사를 구성할 때는 애정을 요구하는 동기는 배제하자. 그들은 절대로 애정을 얻기 위해 악행을 벌이지 않는다. 어린 악들은 사랑의 의미를 모른다.

헨리는 자신의 필요 때문에 수전이 옆에 있기를 바랐을 뿐, 엄마의 사랑이 필요 없는 아이였다. 아직 어린 상태이기에 엄마인 수전이 자신에게 충실하기를 바랐고, 그것을 위해 동생을 죽였다. 그건 마크가 찾아오면서 헨리의 악행이 다시 시작되었다는 것으로 증명된다. 아마도 더는 엄마가 필요 없을 시점이 오면 헨리는 엄마도 죽였을 것이다.

기억하라. 어린 악은 최고의 이기주의자이다.
02.06 11:38
69
kwonna
어린 빌런을 설정할 때 고려해야 할 체크 리스트
또래 아이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약점은 무엇인가?
비런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빌런은 성인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사회의 부조리를 일찌감치 인지하는가?
빌런의 봄심을 처음으로 알아본 성인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빌런은 특기가 있는가? 있다면 어떻게 포장하고 숨기는가?
성인 주인공과의 결투에서 어떻게 승리 또는 패배하는가?
빌런은 사랑을 갈구하는가?
빌런을 바라보는 부모(보호자)의 태도는 어떠한가?
02.06 11:38
70
kwonna
417p
스토리 감상자들은 이야기의 결과가 결국 어떻게 될 것인지 뻔히 안다. 그들은 속으면서도 즐기는 것이다. 두 요소가 서로를 어떻게 견제하는지, 서로를 어떤 식으로 몰아붙이고 엎치락뒤치락 싸우는지를 지켜보는 것이다. 감상자들은 주인공과 빌런이 치열하게 견제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기를 원한다.
02.06 1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