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스가드의 예술품
라플란드 육군 출신 명장
민간에서 가장 사랑받는 왕자
그리고 톨레도 최고의 카사노바 비센테 스카스가드.
그가 진정으로 마음에 둔 숙녀를 모두가 궁금해했다.
왕자는 누구를 사랑했을까?
1
kwonna
피폐물이래서 사봤음 도파민싹도는 피폐물 좋아
05.17 23:08
2
kwonna
비센테는 자신이 누구인지 가끔 가물가물해졌다. 조만간 부친이 구하러 올 것이라는 희망조차 사그라들었다. 이 독방 바깥에 있는 이들은 모두 자신을 잊었으리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는 이곳에 남겨졌다. 영영 남겨져 버린 것이다.
아, 단 한 사람을 빼고.
그 여자를 빼고.
낮인지 밤인지도 모를 공간에서, 비센테는 세실 르루아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건 마치 컴컴한 동굴 속에서 한 빛만을 계속 바라보며 나아가는 행위와 비슷했다. 온종일 비센테는 세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녀가 올 때면, 그는 문에 달라붙은 채 애타게 말을 건네며 대답을 구걸했다.
스스로도 뭘 어쩌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비센테는 세실이 어째서 자신을 살려 준 것인지 알지 못했다. 어째서 이렇게나 무너진 것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너무도 안타깝고 또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를 이곳에 가둬 놓은 장본인인 그녀를 끌어안아 위로해 주고 싶어질 정도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자신은, 그녀의 고독을 알기 위해 이 독방에서 고독했던 것이 아닐까.
그녀의 망가짐을 알기 위해 이 독방에서 망가져 버린 것이 아닐까.
비센테는 들고 온 수국 꽃다발을 책 옆에 두려다 멈칫했다. 무작정 다시 들고 오긴 했지만, 이렇게 망가진 것을 그녀에게 줄 수는 없었다. 비록 짓밟히고 버려질지라도 그녀가 처음 보는 것은 언제나 좋은 것이어야만 했다.
망설이던 비센테는 으스러진 꽃다발 사이를 헤집어 멀쩡한 수국 한 송이를 뽑아냈다. 그리고 그것을 책 옆에 두었다.
물론 평소에도 정복 입은 모습을 보여 주려면 얼마든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괜히 정복을 입고 그녀를 찾아가거나 파티에 참석하는 건 의도가 너무 빤할 것 같았다.
그건 마치 새로 산 옷을 자랑하고 싶어서, 괜히 챙겨 입고 쏘다니는 애새끼 같지 않은가. 세실의 눈에는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었다.
그러니까 정복을 입고 자리에 나설 명분이 있는 이번이 기회였다. 비센테는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군모를 벗고 다시 뒷머리를 다듬었다. 여느 때보다도 잘난 모습이었지만 어쩐지 자꾸만 부족해 보였다.
비센테는 전쟁에 참전했다. 수없이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머리가 깨진 채 연인의 이름을 부르는 동료를 보며 그녀를 생각했다. 전우의 시체에서 발견한 아내의 사진을 보며 그녀를 생각했다.
참호가 무너져 꼼짝없이 갇혔을 때 그녀를 생각했다. 사람의 시체를 먹고 큰 거대한 쥐와 동고동락하며 그녀를 생각했다. 복부에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면서도 그녀를 생각했다. 생각했다. 생각했다. 생각했다. 계속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나는 영영 그 여자를 잊을 수가 없겠구나.
마치 가슴에 커다란 대못이 박혀 있는 것 같았다. 비센테에게 그 컴컴하고 좁은 방에서의 기억이란 그런 것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쑤욱 가슴에 들어와서는, 커다란 고통과 함께 안을 온통 헤집어 놓은.
그러나 이것을 빼낼 수는 없었다. 빼내는 순간, 피와 물이 쏟아져 죽게 될 테니까. 영영 이렇게 가슴에 뚫린 구멍을 녹슨 기억으로 메우고 살아가야만 했다.
‘좋은 건, 남들도 그게 좋다는 걸 알잖아요. 다들 똑같이 갖고 싶어 해요.’
‘그러면 더 좋은 것 아닐까? 남들은 갖고 싶어 하지만 갖지 못한 걸, 비센테는 가진 거잖아.’
‘아니에요. 그건 제 손에 있어도…… 제 것이 아닌 거예요. 영혼은 나누어 가진 것과 다름없어요. 그런 건 차라리 망가뜨리는 게 나아요.’
어머니는 난감한 듯, 혹은 근심스러운 듯, 또 조금은 섬뜩한 듯이 그를 응시했다. 마치 고장 나고 망가진 것을 보는 것 같은 시선이었다.
비센테는 어머니가 자신을 그런 눈으로 보는 것이 싫었다. 그는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조금 더 열성적으로 말을 이었다.
‘이건 날개가 없어서, 이제 아무도 탐내지 않아요. 그러니까 온전히 제 거예요.’
세실은 기억보다 더 나이가 들어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기억과 그대로이기도 했다. 그녀는 여전히 눈의 나라 공주님 같았고, 여전히 고장 난 관절 인형처럼 보이기도 했다.
또 여전히― 그 언젠가 어린 소년이 먼발치에서 애태우며 바라보던, 아름답고 성숙한 여자였다.
비센테의 눈가가 희미하게 진동했다. 상처 입고 갈구하며 살아온 평생의 대가가 이것이라면, 과분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삶이라도 기꺼이 몇 번이고 살아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청각이 멀어졌다. 온 세상이 흐릿해졌다. 오직 그녀의 모습과 가까이에서 맞닿는 숨결의 감각과 제 손등을 감싼 차가운 손만이 선명했다.
비센테는 이 순간과 자신의 몸뚱이를 꿰매어 어딘가에 박제시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는 지금의 기억이, 자신의 영혼에 아주 깊숙이 자리할 것임을 직감했다.
“……아주 옛날부터, 당신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어.”
비센테는 공허하게 말을 이었다.
“당신이 꼭 망가진 인형 같았거든.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아름답지만 아무 생기가 없는 인형 같았어. 어릴 적의 나는 망가진 것들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지. 그래서였나.”
“…….”
“나는 내가 그 독방에서 미쳐 버린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이전부터였을지도 모르겠어.”
망가진 인형을 가지고 싶은 소유욕. 차라리 그뿐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기어코 마음까지 가지려고 해서 이렇게 되어 버렸다. 처음부터 그런 건 바라지도 말았어야 하는 거였는데.
하, 하, 비센테가 짧게 끊어지는 웃음을 뱉었다.
“당신을 사랑하느라 내 인생을 전부 썼어.”
“…….”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 단 한 사람을 빼고.
그 여자를 빼고.
낮인지 밤인지도 모를 공간에서, 비센테는 세실 르루아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건 마치 컴컴한 동굴 속에서 한 빛만을 계속 바라보며 나아가는 행위와 비슷했다. 온종일 비센테는 세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녀가 올 때면, 그는 문에 달라붙은 채 애타게 말을 건네며 대답을 구걸했다.
스스로도 뭘 어쩌고 싶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세실에게 장미를 | 서사희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4629000005
비센테는 세실이 어째서 자신을 살려 준 것인지 알지 못했다. 어째서 이렇게나 무너진 것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너무도 안타깝고 또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를 이곳에 가둬 놓은 장본인인 그녀를 끌어안아 위로해 주고 싶어질 정도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자신은, 그녀의 고독을 알기 위해 이 독방에서 고독했던 것이 아닐까.
그녀의 망가짐을 알기 위해 이 독방에서 망가져 버린 것이 아닐까.
세실에게 장미를 | 서사희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4629000005
이해는 안 되지만 친구 엄마를 좋아하는 미친놈의 사고과정이 이해되면 그건 또 그거대로 큰일이니 그냥 '그런 설정이시군요'하고 넘기기로 했어요
그들이 죽고 싶어 하지 않았듯, 비센테도 사랑하고 싶지 않았다.
세실에게 장미를 | 서사희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4629000005
비센테는 들고 온 수국 꽃다발을 책 옆에 두려다 멈칫했다. 무작정 다시 들고 오긴 했지만, 이렇게 망가진 것을 그녀에게 줄 수는 없었다. 비록 짓밟히고 버려질지라도 그녀가 처음 보는 것은 언제나 좋은 것이어야만 했다.
망설이던 비센테는 으스러진 꽃다발 사이를 헤집어 멀쩡한 수국 한 송이를 뽑아냈다. 그리고 그것을 책 옆에 두었다.
세실에게 장미를 | 서사희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4629000005
그건 마치 새로 산 옷을 자랑하고 싶어서, 괜히 챙겨 입고 쏘다니는 애새끼 같지 않은가. 세실의 눈에는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었다.
그러니까 정복을 입고 자리에 나설 명분이 있는 이번이 기회였다. 비센테는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군모를 벗고 다시 뒷머리를 다듬었다. 여느 때보다도 잘난 모습이었지만 어쩐지 자꾸만 부족해 보였다.
세실에게 장미를 | 서사희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4629000005
“난 당신 때문에…… 전쟁까지 나갔어. 내가 죽으면, 그렇게라도 내가 당신 기억에 남을까 봐.”
“네 기만적인 감정에 취해 있다는 건 바로 그런 거란다. 그 또한 너 좋자고 한 짓에 불과하지.”
세실에게 장미를 | 서사희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4629000005
남주가 너무 자아도취된 애 같고 세실한테 200% 공감하게 되는데 이거 맞나요?
참호가 무너져 꼼짝없이 갇혔을 때 그녀를 생각했다. 사람의 시체를 먹고 큰 거대한 쥐와 동고동락하며 그녀를 생각했다. 복부에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면서도 그녀를 생각했다. 생각했다. 생각했다. 생각했다. 계속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나는 영영 그 여자를 잊을 수가 없겠구나.
세실에게 장미를 | 서사희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4629000005
세실에게 장미를 | 서사희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4629000005
그러나 이것을 빼낼 수는 없었다. 빼내는 순간, 피와 물이 쏟아져 죽게 될 테니까. 영영 이렇게 가슴에 뚫린 구멍을 녹슨 기억으로 메우고 살아가야만 했다.
세실에게 장미를 | 서사희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4629000005
‘그러면 더 좋은 것 아닐까? 남들은 갖고 싶어 하지만 갖지 못한 걸, 비센테는 가진 거잖아.’
‘아니에요. 그건 제 손에 있어도…… 제 것이 아닌 거예요. 영혼은 나누어 가진 것과 다름없어요. 그런 건 차라리 망가뜨리는 게 나아요.’
어머니는 난감한 듯, 혹은 근심스러운 듯, 또 조금은 섬뜩한 듯이 그를 응시했다. 마치 고장 나고 망가진 것을 보는 것 같은 시선이었다.
비센테는 어머니가 자신을 그런 눈으로 보는 것이 싫었다. 그는 어머니를 설득하기 위해 조금 더 열성적으로 말을 이었다.
‘이건 날개가 없어서, 이제 아무도 탐내지 않아요. 그러니까 온전히 제 거예요.’
세실에게 장미를 | 서사희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4629000005
또 여전히― 그 언젠가 어린 소년이 먼발치에서 애태우며 바라보던, 아름답고 성숙한 여자였다.
비센테의 눈가가 희미하게 진동했다. 상처 입고 갈구하며 살아온 평생의 대가가 이것이라면, 과분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삶이라도 기꺼이 몇 번이고 살아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청각이 멀어졌다. 온 세상이 흐릿해졌다. 오직 그녀의 모습과 가까이에서 맞닿는 숨결의 감각과 제 손등을 감싼 차가운 손만이 선명했다.
비센테는 이 순간과 자신의 몸뚱이를 꿰매어 어딘가에 박제시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는 지금의 기억이, 자신의 영혼에 아주 깊숙이 자리할 것임을 직감했다.
세실에게 장미를 | 서사희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4629000005
비센테는 공허하게 말을 이었다.
“당신이 꼭 망가진 인형 같았거든.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아름답지만 아무 생기가 없는 인형 같았어. 어릴 적의 나는 망가진 것들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지. 그래서였나.”
“…….”
“나는 내가 그 독방에서 미쳐 버린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이전부터였을지도 모르겠어.”
망가진 인형을 가지고 싶은 소유욕. 차라리 그뿐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기어코 마음까지 가지려고 해서 이렇게 되어 버렸다. 처음부터 그런 건 바라지도 말았어야 하는 거였는데.
하, 하, 비센테가 짧게 끊어지는 웃음을 뱉었다.
“당신을 사랑하느라 내 인생을 전부 썼어.”
“…….”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세실에게 장미를 | 서사희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4629000005
너를 미워하는 만큼 나는 너를 사랑해 보고 싶었던 거야.
세실에게 장미를 | 서사희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4629000005
그래도 모티프나 몇몇 문장들은 좋았다. 근데 문장만 좋고 그 전후는 남루한 재개발지역의 신축건물 보는 느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