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 개완
브랜드: 청화산조
제조년도: 2025년
구성: 개완, 찻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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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onna
판교로 이사한 일상찻집의 다회에 참여해 차와 술을 마시고 난 후...
뒤쪽에 있던 차도구들을 보던 중 이 날치 개완이 눈에 들어왔다.
알고 보니 다음날 차도구 전시 겸 기물을 사용해보는 다회가 예정되어 있어, 준비할 겸 내놓은 제품이었음.

은은하게 스며든 푸른색 바다와 청록색 물고기 색감과 문양이 예쁘고, 밑의 꽃모양 만다라 받침까지 꽉 채워졌는데도 과하지 않은 조화로운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들었던 개완.
이사가 곧이라 더 이상 차도구를 들이지 않겠다 생각했지만, 날치라는 어이없는 소재가 웃겨서ㅋㅋㅋ 술김을 핑계로 하나 들여버렸다.

나중에 알았지만 청화산조는 청화 작가님, 산조 작가님 두 분을 합친 이름이라고 한다. 청화 작가님은 청화백자를, 산조 작가님은 목공예품을 다루시는듯.

그러고보니 날치 개완을 살 때 옆에 있던 다하를 봤더니 10만원이라 '나를 위한 제품은 아니군 ^^'하고 서둘러 내려놓은 기억이 난다. 도자기에 몇십 태우는 건 그러려니하는데, 왜 목공예품엔 심리적 저항감이 있을까...
11.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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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onna
https://smartstore.naver.com/chenghua_sanjo
https://blog.naver.com/artjieun

날치가 뭔가 내가 모르는 상징적 의미가 있나? 싶어서 '날치 개완'이라고 검색해보니, 작가님의 블로그와 스마트 스토어가 나왔다.

내 개완은 청화로 표현한 파도가 주 모티프인데, 이건 청록색의 문양과 금박 장식 위주인듯. 날치도 좀 더 선명하고 진하다. 이 개완은 진청록으로 선을 따고, 내 개완은 청색으로 선을 딴 듯.

금장과 청록의 선명한 빛깔이 화려한 이 개완도 예쁘지만, 난 개인적으로 형태감보다 색조화가 먼저 느껴지는 살짝 흐릿한 내 개완이 더 마음에 든다. 이미 사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려나?
그치만 은은한 파도 무늬가 제 로얄코펜하겐 풀레이스 찻잔과 닮아서 잘 어울린단 말이에요~~
11.1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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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onna
어찌됐건, 제품 판매글을 발견한 덕분에 내 개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었음.

"기본 청화 채회와 유하오채 기법 장식 후 재벌소성, 무연유리질 안료와 수금장식 후 삼벌소성해 만들었습니다."라고 되어있는데, 수금장식은 없으니 유리질 안료까지만 작업되었을 것 같다.

그리고 안쪽에 살짝 붉은기가 있어서 '뭐지? 찻물인가?'했는데, 소지색상이 환원불의 영향으로 붉게 변한 거라고 한다. 뭐라 설명은 많은데 하나도 못알아듣겠음 ^_^...
11.18 12:21
kwonna
용어 설명
1. 청화(靑華)

산화코발트 안료(코발트 블루)를 사용하여 백자 표면에 푸른색으로 문양을 그리는 전통적인 회화‧장식 기법.
주로 투명유 아래에 그려지며, 구워졌을 때 특유의 푸른색이 난다.

2. 채회(彩繪)

도자기 표면에 여러 색의 안료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기법 전체를 말함.
청화가 푸른 단색 계열이라면, 채회는 다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름.

3. 유하오채(釉下彩, 언더글레이즈·Under-glaze 색채)

유약 아래에 색을 칠하는 방식.
구운 뒤 유약층 아래에서 색이 보호되므로 내구성이 좋고 색이 번지거나 흐르는 느낌이 특징일 수 있음.

4. 재벌소성(再燔燒成, 두 번째 굽기)

초벌소성 (bisque firing) - 유약 입히기
재벌소성 – 유약을 녹여 표면을 완성하는 본격 굽기

즉, 그림을 그린 후 유약을 씌우고 두 번째로 구웠다는 뜻.

5. 무연유리질 안료

납(연, Pb) 이 들어있지 않은 유리질 성분의 안료.
안전성과 투명감, 발색 안정성을 위해 현대 도자기에서 자주 사용됨.

6. 수금장식(水金裝飾, 금 채색·Gilding)

도자기 표면에 금을 발라 장식하는 기법.
보통 유약을 입혀 재벌소성한 후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금을 붙이고 다시 낮은 온도로 구운다.

7. 삼벌소성(三燔燒成, 세 번째 굽기)

금채나 기타 저온 장식을 위해 세 번째로 저온 소성하는 과정.
수금장식이 잘 고착되도록 약 700~800℃ 정도에서 굽는다.

8. 소지(素地)

도자기 몸체(바디)를 이루는 흙 자체.
유약이나 장식이 올려지기 전의 기본 본체를 말함.

9. 환원불(還元火, reducing atmosphere)

가마 안의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굽는 불.
금속 성분이 산소와 결합하지 못하고 환원되어 색이 변화하는 특징이 있음.
환원 분위기에서 철 성분 등이 환원되면서 소지에 붉은색 반점, 얼룩이 생길 수 있음.
11.18 12:49
kwonna
저 문장을 해석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니...
그래도 덕분에 이제 어디 가서 도자기 구경할 때 아는 척 좀 할 수 있을 것 같다.
11.1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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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onna
작가님 블로그를 보니 다른 제품들도 위트가 있으면서도 예쁘고 귀여워서 더 들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특히 저 강아지풀은 너무 예뻐서 추후 재제작 예정이 없는지 문의도 넣어놨음.

다구 더 안 늘린다고 하지 않았냐고요?
조용히 하세요.
11.1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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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onna
개완 받침이 꽃 모양이다보니 꽃 형태의 다른 기물들과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옛날에 산 청화 모란 접시와 선물받은 무광 백자 굽접시와 함께 세트로 모아뒀더니 탑 같은 형태가 됐다. 처음부터 하나였던 듯 잘 어울린다.
11.1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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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onna
아침에 일어나 새로 산 개완에 무슨 차를 끓여 마실까? 생각하다가 창 밖의 단풍을 보고 귀주 홍차를 끓여 대추야자와 함께 먹으니 맛이 좋았다.

개완이 조금 작아서(80ml)괜찮을까? 했는데, 뜨거운 걸 잘 못 마셔서 차 마시는 속도가 느린 나 같은 사람은 수시로 물을 끓여 차를 우려낼 수 있는 작은 개완이 맞는 듯.

오히려 복병은 개완 뚜껑이 너무 높아서 검지를 위에 두기가 애매해진다는 부분이었다.
역시 개완은 토림도예 개완을 이길만한 게 없다...
11.18 1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