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감상
드라이브 마이 카
누가 봐도 아름다운 부부 가후쿠와 오토.
우연히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가후쿠는 이유를 묻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2년 후 히로시마의 연극제에 초청되어 작품의 연출을 하게 된 가후쿠.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를 만나게 된다.
말없이 묵묵히 가후쿠의 차를 운전하는 미사키와 오래된 습관인 아내가 녹음한 테이프를 들으며 대사를 연습하는 가후쿠.
조용한 차 안에서 두 사람은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서로가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눈 덮인 홋카이도에서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서로의 슬픔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나에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가 그런 영화였음.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인데, 원작 소설과는 결이 좀 다름. 개인적으론 원작보다 몇 배는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고 평가함.
어느날 아내를 잃은 남자의 이야기. 그럼에도 그에게는 해야할 일이 있음. 계속 앞으로 뚜벅 뚜벅 걸어가야 함. 마음은 폐허지만, 그 폐허를 끌어안고 계속 살아야 함. 남자는 연극 연출가인데, 안톤 체호프 희곡 '바냐 아저씨'를 준비함.
영화는 이 남자의 서사와 '바냐 아저씨'의 이야기를 중첩시키면서, 이야기 속의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내며 관객에게 '문학적인 체험'을 선사함.
180분이나 되는 영화. 요즘같은 숏폼의 시대에, 누군가에게 선뜻 추천하기도 어려운 작품이지만, 이 작품을 다 보고난 사람은 왜 인간이 허무함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삶을 꾸준히 운전해야 하는지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