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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단편
1
kwonna
제가 지금까지 그 사람을 뒤에서 얼마나 감싸왔는지. 아무도 모를 겁니다. 그 사람 본인조차도 전혀 모릅니다. 아니, 그 사람은 압니다. 분명 알고 있습니다. 알기에 더욱 그 사람은 저를 지독하게 경멸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은 오만합니다. 제게 큰 신세를 지고 있으니, 자신은 그것이 분한 것입니다. 그 사람은 어리석을 정도로 자만에 빠져 있습니다. 저따위에게 신세를 지고 있다는 사실이 마치 자신의 큰 약점이라도 되는 것마냥 굳게 믿고 있는 겁니다.
03.04 21:21
2
kwonna
천국이 다가온다면 그 놈들 전부 우의정 좌의정이라도 맡을 셈인가, 멍청한 자식들. 그날 먹을 빵이 없었을 때도 제가 어떻게든 수를 쓰지 않았다면 모두 굶어서 죽었을 뿐이지 않습니까? 저는 그 사람에게 설교를 시키고선 군중에게서 몰래 헌금을 걷었고, 또 마을의 부자들에게서 공물을 거두었고, 잘 곳과 매일의 옷과 음식을 번거로움을 마다 않고 구해왔는데, 그 사람은 고사하고 그 어리석은 제자 놈들마저도 제게 감사 인사 한 마디 하지 않습니다.
03.04 21:22
3
kwonna
제 눈에는 그저 욕심 없는 아이처럼, 제가 날마다 빵을 얻기 위해 돈을 부지런히 모아도 이내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쓸모없는 곳에 써버리시고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저는 본래 가난한 상인이나, 그럼에도 정신을 중시하는 이들을 이해한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이 제가 땀 흘려 모아둔 푼돈을 제 아무리 터무니없이 낭비할지라도, 저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아무렇지 않겠지만, 그렇다면 가끔씩은 저에게도 따뜻한 말 한 마디 정도는 건네주어도 좋을 텐데, 그 사람은 언제나 저를 지독하게 대합니다.
03.04 21:22
4
kwonna
베드로나 야고보 같은 놈들은 그저 당신을 좇아 걸으며 어떤 좋은 일이 생길지, 그것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만은 압니다. 당신을 좇아 걸어봤자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리라고 압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떠날 수 없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당신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저도 곧바로 죽을 것입니다. 살아갈 수 없습니다.
03.04 21:22
5
kwonna
저는 남이 치욕스러이 여길 감정을 맡아내는 데에 타고난 사내입니다. 저도 그것을 천박한 후각이라고 여기며 싫어하지만, 한 번 흘깃 보는 것만으로도 남의 약점을 틀림 없이 알아내고 마는 예민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설령 미약할지라도 그 못 배운 백성 계집에게 특별한 감정을 주었다는 사실은 역시 틀림 없습니다.

제 눈은 틀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분명 그렇습니다. 아아, 참을 수 없습니다. 견딜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이라도 이런 꼴이어서야, 이젠 글렀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추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03.04 21:23
6
kwonna
그때 이후로 그 사람을 차라리 제 손으로 죽이자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는 죽임당할 분이심에 틀림 없습니다. 또 그분도 누군가가 무슨 수로든 자신을 죽이게끔 행하시는 모습이 이따금씩 보입니다. 저의 손으로 죽여드리죠. 남의 손으로 죽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사람을 죽이고 저도 죽겠습니다. 나리, 눈물을 보여 부끄럽습니다.
03.04 21:23
7
kwonna
하루를 더 살아가면 살아간 만큼 천박한 추태를 보일 뿐이구나. 꽃은 시들지 않았을 때 비로소 꽃이야. 아름다울 때 꺾어야 해. 그 사람을 가장 사랑하는 이는 나야. 남들이 어떻게 나를 증오해도 상관없어. 하루라도 빨리 저 사람을 죽여줘야만 해.
03.04 21:23
8
kwonna
어라, 그 돈은 무언지요? 제게 주시는 건가요? 그, 저에게, 은화 삼십 전을. 역시, 하하하하. 아니요, 사양하겠습니다. 얻어맞기 전에 그 돈을 집어넣으십시오. 돈을 원해서 호소한 게 아닙니다. 집어넣어!

아니요, 죄송합니다. 받도록 합죠. 그렇죠. 저는 상인이었습니다. 돈 때문에 저는 아름다운 그 사람에게 늘 경멸받아 왔습니다. 받도록 합죠. 저는 어차피 상인입니다. 그토록 업신여기던 돈으로 그 사람에게 훌륭하게 복수하는 겁니다. 이게 저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법입니다.

꼴 좋구나! 은화 삼십 전에 그놈은 팔려나갈 거야. 나는 조금도 울지 않을 거야.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
03.04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