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플래너리 오코너
★★

2009년 전미도서재단은 전미도서상의 시행 60주년을 앞두고 그동안의 소설 부문 수상작 중에서 최고의 작품이 무엇인지에 대해 인터넷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때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최고의 전미도서상’의 영예를 차지한 책이 바로 1972년에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던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소설전집』이다.

이 책에 실린 서른한 편의 작품은 미국 단편소설의 천재에게서 탄생한 귀중한 유산이다. 그녀는 여기서 희극과 비극, 아름다움과 기괴함을 아우른다. ‘오코너스러운 무언가’는 우스꽝스럽고 어둡고 어긋난 순간을 가리키는 어구로서 문학사에 자리 잡았다.
1
kwonna
12p
흑인, 백인, 황인이 수프 속 채소처럼 뒤섞여 있었다. 모든 것이 부글부글 끓었다.
08.24 15:47
2
kwonna
16p
영감은 일어나서 다른 의자에 놓인 신문을 집어 들었다. 딸이 다시 왔을 때 신문 읽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도 좋을 듯했다.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며 어떻게 하면 아버지에게 소일거리를 마련해 줄까 고민하는 것이 싫었다.
08.24 15:51
3
kwonna
그냥 검둥이랑 사냥 얘기들 뿐인데?
맨 앞 단편이 좋았고, 그 뒤는 솔직히 별로...
아니 다들 어떤 부분이 그렇게 좋았던 건지 말해줘!!
08.24 16:19
4
kwonna
402p
"세상은 죽은 자를 위해 만들어졌어.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봐." 그가 말하고 모든 모욕에 대한 답으로 미리 생각해둔 듯이 덧붙였다.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백만 배는 많고, 산 사람이 산 기간보다 죽은 사람이 죽은 기간이 백만 배는 더 길어!"
08.24 16:52
5
kwonna
405p
그는 길에 서서 사람들 모두와 악수하며 제 이름은 프랜시스 m. 타워터예요, 변호사를 만나러 할아버지를 따라 하루치기로 왔어요, 하고 말하고 싶었다.
그는 행인 한 명 한 명이 지나갈 때마다 머리가 뒤로 돌아갔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지고 그들은 시골 사람처럼 남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자 그 행동을 그만두었다.
08.24 16:55
6
kwonna
408p
"너는 머지않아 여기 오자고 했을 거야. 그러니 실컷 구경해."노인이 말했다.
"저는 구경시켜 달란 말 안 했어요. 오자고도 하지 않았어요. 저는 여기가 거기인 줄도 모르고 왔어요."
"네가 나중에 여기 오고 싶어지면 처음 왔을 빼는 여기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는 걸 기억하렴" 노인이 말했다.
08.24 16:58
7
kwonna
418p
"사람이 죽으면 고맙지, 기억할 게 하나 줄어드니까."
08.24 17:00
8
kwonna
552p
어머니는 똑똑한 여자였고, 그는 어머니가 출발점만 제대로 되었다면 월씬 괜찮은 사람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자기 환상 세계의 법칙에 따라 살았고, 그는 어머니가 그 바깥에 발을 내딛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중략)

어머니의 인생은 체스트니가의 재산 없이 체스트니가처럼 행동하는 것, 체스트니가에게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을 그에게 주기 위해 고투하는 것이 전부였다.
08.24 17:14
9
kwonna
553p
어머니는 그가 우울한 것은 아직도 성장 중이기 때문이라고 보았고, 급진적인 견해를 품은 것은 현실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어머니는 그가 아직 '인생'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아직 현실 세계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다고 말했지만, 그는 쉰 살 남자만큼이나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08.24 17:16
10
kwonna
563p
"깜둥이 여자가 건방져서 그랬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흑인들 전체가 어머니가 동정하며 건네는 동전을 받지 않을 테니까요.

그 여자는 말하자면 흑인판 어머니였어요. 그 여자도 어머니랑 똑같은 모자를 쓸 수 있고, 거기다 어머니보다 더 잘 어울리던 걸요." 그는 불필요하게 덧붙였다. (그게 재미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의미하는 건 이제 옛 세상은 사라졌다는 거예요. 옛 습관도 폐물이 되고, 어머니의 친절은 아무 가치가 없어요." 그는 자신이 잃어버린 집을 씁쓸하게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어머니의 위치는 어머니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요."
08.24 17:23
11
kwonna
오코너 소설은 자만과 오만으로 중요한 걸 놓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네. 얼마 전에 봤던 소설 구절이 떠오른다.
08.24 17:27
kwonna
‘노동자 계급의 자녀가 교육을 받으며 부모와 다른 계층의 언어를 구사하게 되는’ 상황이 묘사된 장면들

1. 아니 에르노, 『남자의 자리』
2. 천쓰홍, 「큰 소리로 두꺼비라고 말하기」, 『계간 문학동네 2025년 여름호』
3. 디디에 에리봉, 『랭스로 되돌아가다』
08.24 17:27
kwonna
@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는데 부모가 되게 씁쓸한 표정으로 가르쳐봐야 잘난 체만 한다는 말을 하길래 고침 그 때 그들의 인생과 자존심을 좀 더 존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 조금은 외롭기도 했다. 중간에 끼어버린 나의 삶은 나만 간직해야하는 것이 되었다.
08.24 17:27
12
kwonna
옮긴이의 말
우리는 매우 특이한 형태의 예언자들을 본다. 이들은 대체로 평온한 일상 중 찾아와서 자기만족에 빠져 있던 사람들의 인생을 뒤틀어 버린다.
눈앞의 보이는 이 세계,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 세계가 다가 아니라는 것, 세상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신비가 있다는 걸을 그녀의 작품은 더할 수 없이 강렬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보여 준다.
08.24 17:30
13
kwonna
출판사 서평
우리는 내면을 향한 시선의 질과 깊이, 성취의 규모로 예술가를 판단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에 의거하여 플래너리 오코너는 가장 훌륭한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_ 조이스 캐롤 오츠

기만적인 일상을 압도적인 진실과 대면하게 만드는
20세기 문학사의 가장 독창적이고 예언적인 목소리, 플래너리 오코너

2009년 전미도서재단은 전미도서상의 시행 60주년을 앞두고 그동안의 소설 부문 수상작 중에서 최고의 작품이 무엇인지에 대해 인터넷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때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최고의 전미도서상’의 영예를 차지한 책이 바로 1972년에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던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소설전집』이다.

장편소설에 비해 대중성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단편소설이, 더구나 편하게 읽히지만은 않는 오코너의 작품이 몇십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독자로부터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은 그녀의 단편 작가로서의 비범한 재능과 미국 문학사에서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20세기 미국 소설의 가장 독창적이고 도발적이며 강력한 목소리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소설전집』이 현대문학의 「세계문학 단편선」 열두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여기에는 짧은 생애 동안 오코너가 남긴 서른두 편의 단편소설 중 초기 단편 「칠면조」를 개작한 「숲에서의 오후」(『플래너리 오코너 전집』에 수록) 외 서른한 편이 실려 있다. 아

이오와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발표한 첫 단편 「제라늄」부터, 입원 중에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원 베개 밑에 원고를 숨기면서도 끝끝내 집필을 멈추지 않았던 마지막 단편 「심판의 날」까지, 초기의 단편들과 단편집 『좋은 사람은 드물다 외』『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외』에 실린 작품을 연대순으로 묶은 것이다.

플래너리 오코너는 미국 남부 조지아 주에서 아일랜드계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 ‘바이블 벨트’라고 불릴 만큼 프로테스탄트 신앙이 맹위를 떨친 보수적인 미국 남부에서 소수의 가톨릭교도였던 오코너는 그러한 특수한 정체성을 작품 속에 탁월하게 녹여 냈다. 그러나 가톨릭 작가로 한정되기를 거부하며 자신의 종교적 비전과 믿음을 인류 전체의 메시지로 승화시켰다.

오코너는 남북전쟁에서 패했음에도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관습과 편견에 집착하면서 인종과 계급, 세대 차이, 그리고 종교적 신념 등으로 갈등을 빚는 남부의 모순에 주목했다. 그리고 예리한 통찰력으로써 그 밑바닥에 잠재해 있는 개개인의 불안과 혼란을 포착했다.

그녀는 인간 스스로가 그것들을 깨닫고 자기 본연의 모습을 직시하도록 각성을 촉구하고자 했는데, 궁극적으로는 일상 속에서 신의 신비를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오코너는 인간 실존의 모순과 부조리, 허위와 위선을 해학적인 언어로 그려 냄으로써 극적인 재미를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과 독자들로 하여금 강렬한 구원의 순간을 체험하게 했다.

요컨대 신을 향한 믿음을 잃은 현대사회에서 기만적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은 그러한 일상이 너무도 견고하기에, 무자비한 폭력이나 예기치 못한 죽음과 같은 매우 기이하고도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만 삶의 실체―진실과 대면하게 되고, 그리하여 성숙한 자기 인식의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초월적인 신의 신비를 깨닫게 된다고 여겼다.

오코너의 소설은 심각한 결함이나 뒤틀린 성품을 지닌 인물이 등장하여 쇠락하고 기괴한 상황을 배경으로 격렬한 사건을 일으키는 남부 고딕 문학에 속하지만, 여타의 남부 고딕 작품들과 다른 점은 초반에는 이렇다 할 비극적인 분위기 없이 평온하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비극은 대체로 느닷없는 반전처럼 찾아오며, 깊은 신앙으로부터 얻어진 깨달음을 기반으로 하여 작품은 탁월한 차원을 획득하게 된다. 아울러 오코너는 관성적인 기만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고도의 풍자를 위해서 역설이란 수단을 사용했으며, 단호하고 세련된 문체로 인물들을 희화화했다.

자신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던 「인조 검둥이」와 낭독하여 들려주기를 좋아했던 「강」을 비롯하여 이 『단편소설전집』에 실린 서른한 편의 작품은 미국 단편소설의 천재에게서 탄생한 귀중한 유산이다. 그녀는 여기서 희극과 비극, 아름다움과 기괴함을 아우른다. ‘오코너스러운 무언가’는 우스꽝스럽고 어둡고 어긋난 순간을 가리키는 어구로서 문학사에 자리 잡았다.

스물다섯 살에 루푸스병으로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할 것임을 알았지만 이후 12년을 끈질기게 살아 내어 장편소설 두 편과 단편소설 서른두 편만으로 깊은 자취를 남긴 오코너는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에서 전집이 출간된 20세기에 태어난 첫 번째 소설가였다.

● 플래너리 오코너는 우리 최고의 문장가들 가운데 마크 트웨인, 스콧 피츠제럴드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녀의 경구만으로도 『단편소설전집』은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 모든 작가와 작가가 되려는 사람,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다. _《뉴욕 타임스》

● 오코너는 단순히 최고의 ‘여성 작가’가 아니다. 그녀는 탁월한 재능으로 소위 ‘남부’라 불리는 미국에 대한 어떤 비밀을 드러내 보였다. 완벽함은 이를 표현하는 한 단어이다. 그녀는 천재다. _《뉴욕 타임스 북 리뷰》

● 대가의 작품, 작가의 작가의 작품, 누구와도 견주지 못할 장인의 작품, 다시 말해 영어로 쓰인 가장 훌륭한 단편들이다. _《뉴스위크》

● 플래너리 오코너를 읽을 때 나는 헤밍웨이나 캐서린 앤 포터, 사르트르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포클레스 같은 이를 생각하게 된다. 인간의 몰락과 불명예를 보여 주는 그녀의 모든 진실과 기교에, 나는 예를 다해 그녀의 이름을 쓴다. _토머스 머튼

● 전성기 플래너리 오코너의 수준을 넘볼 만한 현대 소설은 거의 없다. _《뉴욕 헤럴드 트리뷴》

● 그녀는 가장 넓은 의미에서 현대 작가이다. 그녀의 단편들이 모두 현대 세계의 중심에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_《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

● 플래너리 오코너는 독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그 독보적인 고유함이 가진 문학적 재능에 깊은 인상을 받고 감화되게 한다. _《선데이 텔레그래프》
08.25 06:33
14
kwonna
미국인이 아니라 그런지 명성에 비해 훌륭함을 잘 모르겠네요.
08.25 06:33